휴가기간 매매는 하지않습니다.
어제 휴가전에 보유종목은 약수익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주식이 오늘 약간 올랐지만 맘 편한 가족휴가가 우선이기에 아쉬움은 없네요.
시간 여유가 있어 제가 겪었던 옛날 얘기를 써봅니다.
2000년 초반 코스닥 광풍의 끝무렵, 난 어이없는 주식사기를 당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던 지인의 소개로 O테크란 비상장주에 1600만원을 투자한다.
한달만 기다리면 나스닥에 상장된다는 신기술업체. 상장되면 최소 10배.
남은 구좌는 얼마없지만 나한테만 특별히 기회를 준다는 고마운(?) 제안.
난 처음엔 500 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1달뒤 나스닥 상장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인이 소개해준 재미교포 사업가 애드워드리(가명)는 너무도 젠틀했고,
상장이 늦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며 미안해하면서
100프로 확실하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몇번이고 말했다.
그런뒤 내게 추가투자를 권유했고, 난 또다시 1100만원을 지인의 계좌로 송금했다.
도합 1600만원이 입금됐지만 다음달 상장된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년의 피말리는 시간을 겪으며 난 결국 애드워드리가 사기꾼이란 사실을 인식했다.
내 투자금액은 작은편이었고, 수천만원씩 물린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도저히 사기당할 것 같지않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다수 물려있었다.
난 결국 원금이라도 찾기로 마음먹었고, 그나마 다행스레 원금을 100프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재미교포 사업가가 먹튀하기까지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고,
당시 내 직업적 힘이 사건을 크게 만들 소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사건은 내 인생의 큰교훈으로 남았다.
사기꾼에게 나를 소개하며 잘못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쳤던 지인은
나중에 일이 심상치 않게되자 자신도 피해자라며 발뺌했다.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면서.
가장 큰교훈은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게 아니라 내가 나를 속인다는거다.
자신이 자기를 속이지 않으면 남이 나를 속이기 어렵다.
갑자기 휴가중에 옛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주식매매에 있어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남이 내게 치는 사기가 아니라 내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합리화이다.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갖고 주가예측을 하면서 진입.
그런데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특히 손실구간이 아니라면
남보다 먼저 매수1호가에 매도를 던지는게 이익이다.
이번 매매에서 이익을 내지 못했을 뿐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만 물려있는게 아니기에 나보다 고수들이 언제 발을 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 예측과 다르게 가는 상황이면 최대한 비관적으로 시장을 보느게 좋은건 같다.
왜냐면 이미 몰빵 진입한 상태에서는 논리 분석적 사고보다는
사기꾼에 끌려다니듯 손실을 거부하고픈 심리,
실낱같은 요행에 기대를 거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초보들은 거의 손절보다는 본인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시에 물타기로 대응한다.
내가 주식사기를 당했을때 최초 500만원을 투자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100만원을 추가입금했던 것처럼.
난 지난 몇달간 3프로 띠기를 목표로 거래할때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목표치를 한번에 8프로 정도로 크게 잡고 들어간 종목에서는 오히려 고전했고,
3프로 익절기회를 놓쳤으며 하마터면 손실마감할 위기도 여러차례 겪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스스로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들을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하려는 경향,
작은수익에 더이상 고마워하지 않는 교만함. 대박수익만을 바라는 탐욕 등을 바라보게 됐고,
약간은 멈추고 쉴 타임이라는건 분명해 보였다.
욕심에 눈이 멀면 난 10여년 전 어이없는 사기를 당했던 그때처럼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것들을 믿고 싶어진다.
성투하시고 즐휴가 되세요~^^